계단의 정신
"광대한 부챗살 모양으로 펼쳐진 거대한 호화 계단은
공간을 거침없이 베어먹는다.
궁궐에서 계단은 으뜸가는 심장부를 요구한다.
모든 것을 다 차지하고 실내 공간의 전부를 독점하려는
야심이 완연하다."
웅장한 계단은 감히 범접 못할 권력을 찾아
조마조마 힘들여가는 길 같습니다.
그러나 권위와는 가깝지만 친밀도에서는 멀어지는 구조입니다.
우리는 그것이 힘이라고 생각하고
권력자의 당연한 권리 혹은 누림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.
소통과 협치.
요즘 자주 듣는 말이지요.
굽어보거나 올려다보는 관계가 아닌
수평의 관계, 좀 더 가까운 거리가 소통일 겁니다.
상대를 찾아가는 가파른 길보다는,
자발적으로 한 칸씩 딛는 존중과 존경의 낮은 계단.
그것이 소통으로 가는 길일 테지요.
- 최연수 시인