농촌진흥청(청장 권재한)은 작물 수확이 끝난 경사 밭에 덮는 작물을 재배하면 토양유실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.
주로 여름배추, 감자 등을 많이 재배하는 고랭지는 작물 수확이 끝나는 9월부터 흙이 드러나는 상태가 된다. 고랭지 밭 대부분은 7% 이상 경사진 밭이 많고,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8월 하순 이후부터는 태풍 등 집중 강우 발생이 많은 시기라 주의가 필요하다. 특히 감자와 같은 작물은 땅속 덩이줄기를 캐내기 때문에 수확 후에는 토양이 갈아엎어진 상태로, 비가 오면 흙이 쉽게 쓸려갈 수 있다.
2020년부터 2021년까지 감자 수확이 끝난 9월 1일부터 이듬해 5월 13일까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지역 강수량은 664.9mm였다. 조사에 따르면 이 시기에 덮는 작물을 재배하지 않으면 경사 수준(2∼15%)에 따라 헥타르(ha)당 11.9∼66.7톤의 토양이 쓸려간 것으로 나타났다.
농촌진흥청이 2023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지역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, 경사 수준(2∼15%)에 따라 감자 수확이 끝난 후 흙이 드러난 상태에서는 헥타르(ha)당 0.15∼44.2톤의 토양이 유실됐다. 반면, 호밀을 재배하면 0.01∼0.10톤으로 90% 이상 토양유실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. 농촌진흥청은 겨울철 온도가 낮은 고랭지 지역에서는 추위에 잘 견디는 호밀이 덮는 작물로 가장 좋다고 밝혔다. 작물 수확이 끝난 뒤 헥타르(ha)당 호밀 200kg을 10월 중순 이전까지 파종하면 된다.
(사)한국유기농업협회 이해극 전(前) 회장은 “겨울철 호밀 재배는 토양보전 효과뿐만 아니라 이듬해 풋거름으로 공급돼 작물의 생산성도 높일 수 있어 친환경 농업에 큰 도움이 된다.”라고 강조했다.
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 조지홍 소장은 “배추·감자 등 작물을 모두 수확한 고랭지 경사 밭에 추위를 잘 견디는 호밀을 재배해 집중 강우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토양유실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.”라고 당부했다.